ㆍ작성자 전재천 ㆍ작성일 2016/02/01

ㆍ조회: 7308

파란 대문집 파란 대문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짠해진다 . 대문이 녹슨 시간만큼 나도 그녀를 잊고 살았다. 대문이 파란 옷속의 살들과 산소가 공모하여 반란을 일으킨건, 이 집에는 주인이 살지않기 때문이었다. 비 온 후에는 주인의 보드라운 손으로 기름걸래를 들고 대문을 보듬어주고 닦아주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손잡이를 잡아주고 당기면 대문은 삐그덕 웃으며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뒤도 돌아보지않고 안으로 들어갈때에는 꽝하고 큰소리로 문을  닫아 걸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파란 대문은 멀리서 보아도 반짝이며 당당해 보였다. 철대문은 이 집의 얼굴이며 상징 이었고 자존심이었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당당하고 강한 철대문도 별수없이 병이 들고 초라해 졌다. 상처위에 상처가 생기고 딱지가 더덕더덕져서 대문은 마치 문둥병 환자처럼 변했다.그래도 대문은 님이 오실수 있다는 기대감에 외롭게 이집을 지키고 있다. 님이 오시면 기름도 칠해주고 녹도 벗겨주며 다정히 손잡이를 잡아주리라, 옛날처럼 당당한 대문으로 돌아가리라 믿으며 버티고 잇는지도 모른다. 검버섯은 위장일지 모른다. 아픈척, 서있기가 힘든척, 삐다닥이 누워있는건 주인님의 측은지심을 일으켜 사랑받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녀가 태어나고 유년을 보내고 시집 가기전까지 살았던 집은 주인을 잃은채  벌써 십 수년째 버려져 있다. 지붕이며 담장이며 낡을대로 낡은집, 툇마루엔 먼지가 가득하고 그녀가 드나들던 방문은 창호지가 찟겨져 너덜너덜하다. 거미들이 여기저기 그물을 쳐놓고 길고양이는 안방마님이 되어있고 쥐서방은 마당쇠로 변해 왔다리 갔다리 한다. 파란 대문집하면 인근 마을까지 알려질정도로 유명했던 집이었는데, 이제 잡초와 먼지로 뒤집어 쓴채, 버려져있다. 그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늙은 어머니만 혼자 계시다가 어머님 마져 병이들어 대처에 나간 아들이 모셔 갔단다. 그래도 이집을 처분하지않고  놔 두는건 어머님의 집이기에 혹시라도 살던집을 찾을까봐 보여 드리기 위해 그대로 두고 있는것이다. 늙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나이를 먹은 집은 이제 긴 세월의 휴식과 철거의 위험에 노출되어있었다. 한때는 가슴설레이게 하던 그녀가 살던집, 레이스가 달린 하얀 부라우스와 꽃무늬 치마를 입고 대문을 나설때에는 눈이 부셔서 천사가 나타난듯 멀리서 훔쳐보던 생각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끝끝내 말 한번 걸어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 용기 없었던 청년시절이 있었기에 오늘의 이 오묘한 감정으로 되세김질 할수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 대문으로 수도 없이 나가고 들어왔던 주인들이 떠난 지금, 녹슬고 한쪽 장석이 빠져 삐다닥 누워있는 대문을 보니 한세대의 영화와 몰락을 보는것같아 서글픔이 몰려온다. 세월아! 세월아 무심한 세월아 나도 늙어가고 그녀도 늙어가며 한번의 교차점이 없이, 가끔 안부나 묻고 모임에서 얼굴이나 보고  데면데면 인사나하고, 항상 고만큼의 거리에서 평행선을 따라 달려온 인생이 오늘따라 더욱 초라하고 아려오는건 저 파란 철대문 때문일것이다 .

박세흥 2016-02-04 12:14	남장리, 학계리에도 파란대문집이 있었나? 남문동(오관리 4구)에도 파란대문의 기와집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옛집이 있는지 모르겠고 하여튼 파란대문집은 그 동네에서 잘 사는 편이면서 주인 어른은 당연히 마을 유지였을거야 난 사춘기 때 남문동 동네에서 동기생, 연상, 연하 어느 누구든 특별한 느낌을 가져 본적이 없고 다만 6학년 1반 어느 여학생이 매우 옷 잘입고 깔끔하고 예뻐 보여 지금도 보고 싶은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전혀 감감 소식이고 초등학교 졸업후도 단 한번 본적도 없고...그런데 같은 반 채식이도 자기도 젤로 좋아했다나...채식이와 난 음식을 먹으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하며 엊그제에 웃으며 말한적 있네. 옆에 앉은 도회와 현자는 나이 먹어서 그런지 남자들이 별스럽지 안해서 그런지 전혀 시샘없이 덤덤하게 듣기만 ㅋㅋ 전재천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한 파란 대문집 대문은 녹슬고 삐다닥 스러져 있고 집안엔 온통 잡초와 쓰레기들로 넘처나는 집을 보고 머리속에 각인 되어 있었던 감정을 도입 했읍니다. 우리 동네엔 파란 대문이 없었지요 그래도 형편이 좋은 집은 아랫채를 짓고 중앙에 나무대문을 달아 사는집이 많았읍니다 말하자면 양반집 소슬대문을 모방한 집들이 많았읍니다 2/5 00:37

강한태 2016-06-14 20:17	재천친구의 뛰어난 상상력과 소설가적인 기질을 보여주네 감동이야

 

그냥 웃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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