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도둑
콩콩 뛰어가다가 사방을 둘러보고, 또 콩콩 뛰어가다가 사방을 둘러보는 조심성으로 참외밭에 몰래 잠입한 도둑은 잘익은 참외를 하나 골랐다. 이 도둑놈 욕심도 많지! 자기 몸 보다 큰 참외를 따서는 참외밭을 벗어났다. 참외 때문에 몸은 보이지 않아도 머리만 보이는 도둑은 분명 검은빛 돋는 회색빛 청설모 였다. 참외 서리야 사람이 하는거지 청설모가 참외 서리를 하다니! 신기하고 귀엽기까지 하였다. 연대 훈련은 참으로 힘들고 고단했었다. 완전군장에 소총과 기관단총, 예비총열과 3.5인치 로켓포 까지 들고 100km 행군하는 화기분대원들에게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숙영지에 도착한 한 분대원은 결국 기절하고 말았다. 허리띠를 풀어놓고 군화끈을 풀어 놓았더니 시간이 지나자 깨어났다. 알고 보니 10분간 휴식시간에 농민들에게서 농주를 한잔 얻어 먹었다는것이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분대장인 나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저들이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이튼날 숙영지에서 부터 파평산을 향해 공격이 시작되었다. 화기분대는 소총분대의 후방에서 공격을 지원하며 앞으로 앞으로 공격해 갔다. 어디쯤인가 갔을때에 들이 펼쳐저있고 참외밭이 있었다. 나는 분대원들에게 참외밭쪽을 향해 공격해 들어가라 명령했다. 분대원들은 이게 왠 횡재냐며 참외를 하나씩 따서 먹으며 달려갔다. 그런대 막내 분대원인 신일병은 참외를 여러개 따서 가슴에 품고 또 그리고도 모자라 하나를 더 따서 가슴에 얹저 놓으면 다른하나가 떨어지고 또 하나 얹으면 다른 하나가 떨어졌는데 그친구는 몇번인가 그짓을 반복했다. 나는 보다 못해 소리쳤다. 신일병! 그만하고 가자 그제서야 한개를 포기하고 달려왔다. 얼마나 참외를 먹고 싶었으면 , 얼마나 고향 냄새가 그리웠으면 저리도 욕심을 부릴까 생각했었다. 귀여운 도둑 청설모는 앞발 두개로 참외를 감싸고 뒷발로 서서 콩콩 뛰다가 쉬고 콩콩 뛰다가 쉬었다. 참외를 떨어 뜨리고는 다시 주워서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안전하다 싶으면 콩콩 모듬발로 뛰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해서 배꼽을 잡을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멀리서 지켜볼뿐 그를 놀래킬수는 없었다. 참외 서리에 욕심을 부리던 신일병은 나에게 참외 한개를 권하며 말했다. 훔친 참외가 더 달고 맛있읍니다 분대장님! 그때 참외 도둑 맞은 밭 주인에게 정말 죄송했다고 사과하고 싶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가며 참외를 권하던 전우가 갑짜기 보고파 졌다.
박세흥
2016-02-28 00:06
나도 월산아래 작은 저수지인 포강 근처에서 참외서리 해봤는데 별 재미없더군.
왜냐하면 참외밭에 오면 주인이 볼까봐 노르스름게 크면 무조건 닥치는대로 딴 후
안전한 곳에서 서리한 참외를 먹으려면 칼도 없이 쓱쓱 비벼 먹을수 밖에... 완전히
익지 않은 참외가 비릿하기만... 군인들은 훈련을 통해 배가 고파서 맛있을거야
전재천
참외서리나 복숭아서리, 또는 포도서리는 낮에 하는것이 아니라 밤에하는것이라서 잘익은 것을 찾는것이 중요하겠지요 어떤 수박밭 주인의 투정소리를 들은적이 있는데 어느것이 익었는지 모르니 이것도 깨보고 저것도 깨면서 확인하다보니 많은 수박을 박살냈다며 수박밭에서 두런거리는소리를 들어본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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