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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여왕
봄의 여왕
우리가 일년을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격듯이 벚나무도 일년을 살면서 세상에 몇번의 주목을 받고 몇번의 위기를 격는다. 벚꽃을 어떤이들은 일본사람들 나무라고 싫어하거나 폄하하고 거리를 두려하지만, 꽃나무는 꽃나무일 뿐이다. 우리나라 각지에 가봐도 어느 산에나 자연스레 잘 자라고 꽃피며, 자기 자태를 들어내는 우리나라 꽃이다.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꽃이라 해도 상관 없다. 그들이 남의 나라 영토를 점령하거나 재물을 약탈하고, 자기들것화 한것처럼 독도도 자기네 나라 땅이라고 우기는것도 야만적 약탈근성에서 나오는 오랜 역사의 발로이니 새삼 놀랄일도 아니다. 벚꽃은 벚꽃일뿐 자연이 준 선물이요 봄이 주는 기쁨이다.
벚나무는 꽃이 피어서 질 무렵에야 잎이 눈을 뜬다. 벚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꽃이 활짝 만개했을 때가 아니다. 반쯤 만개 했을때가 가장 아름답다. 개인적으로는 꽃피기직전의 꽃봉오리일때를 가장 사랑한다. 왜냐하면 진주알 같은 수 많은 꽃봉오리들은 화려하지않으면서 아름답고 교만하지않으면서 정중하고 풍만하지않으면서 여유로움이 있어 좋다. 물론 벚꽃이 만개했을때가 화려해 보이지만 정점에선 챔피언처럼 올라갈때로 올라간 나무 끝에서 보면 더이상 욕심낼수 없는 무한한 세상이기에, 돌아 설수 밖에 없는 회한이 있다.
그리고 우수수 우수수 바람 없는 날에도 함박눈 내리듯 꽃비가 되어 쏫아진다. 우리들은 이때 화려함의 극치를 맛보며 봄을 떠나보내는 슬픈 마음을 감출수 없다. 아름다운것은 영원할 수 없는가? 반문하게된다. 벚나무는 좌절하는게 아니다 인생의 절정을 맛본 사람처럼 욕심을 내려 놓을때에 가지들은 봄 햇살이 간지럽고 몸이 뒤틀린다고 느낄때에 푸하ㅡ 잎눈이 터진다. 고슬고슬한 녹색의 손들, 비록 주목 받지 못하는 잎이지만 무성한 그늘이 되고 옷이된다. 늦여름 몰아 닦친 태풍에 나뭇가지들이 휘이고 휘이다가 가지 몇게 바람에 던져주고 살아 남는다. 그리고 가을이 온다. 가을은 온갖 낙옆지는 나무들의 가장무도회같다. 열정의 화신 단풍나무의 아름다움은 가을이 왜 필요한지를 깨우쳐준다. 붉다 못해 검붉은 떡갈나무의 화려함도 누구못지않는 감동을준다. 그리고 붉나무는 불꽃이 타는듯한 매력을 보여준다. 붉은 색으로 나무들이 경쟁을 할적에 은행나무는 노란 황금옷을 걸쳐입고 거리의 황제처럼 서있다.
벚나무는 붉은가 싶으면 노랗고 노란가 싶으면 갈색으로 변하며 축제 현장의 가장자리에서 멋적게 서있다. 그리고 벚나무의 시련기가 온다. 알몸으로 세상에 나서는것보다 더 무서운것은 혹독한 추위와 매몰찬 바람에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벚나무는 언제나 현명하게 살아 남았다. 자기보다 강한자를 만나면 몸을 휘어가며 피하거나 굽신굽신 인사를 하고 발가 벗겨 거리에 내몰리면 마셨던 물도 뿌리 믿으로 내려놓고 죽은듯이 서있다. 저승사자도 몰라볼정도로 숨죽이고 한 겨울을 살아 남는다.
우리내 인생도 그런게 아닐까? 인생의 정점에 있을때에는 목을 숙여 조심조심 내려와야하고 태풍같은 위기에는 납짝 엎드려 바람을 피하고, 모든 세상이 얼어버릴때에는 물 한모금도 허투루 낭비 하지않으며 헐벗고 굶주림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우직하게 기다리는것이다. 휘이지 않고 크는 나무가 어디있으랴! 출렁이지 않는 바다가 어디 있으랴! 이 한파가 지난 뒤엔 봄이 오기에 희망의 불씨를 가슴에 품고 겨울을 살아 남는자가 성공하는것이다. 봄의 여왕 벚꽃은 혹독한 겨울을 이겨냈기에 더욱 아름다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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