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3학년 때 이야기

제가 1963년 3학년 때 이야기입니다. 우리 반은 3학년 1반 이었고 담임선생님은 심재준 선생님이었으며 반장은 방원석이었지요. 심재준 선생님 참 예쁘셨고 방원석은 어린 나이에도 씩씩하고 패기가 아주 좋은 학생이었으며, 특히 청소지도를 잘하여 선생님으로부터 리더쉽을 인정 받아 사랑과 귀여움을 많이 받았지요.

그당시 우리 반 학생으로는 윤홍달, 전병준(메기 아님), 조성습, 정해석, 강희윤, 최보성, 김성철이 생각납니다. 여자는 강명자, 이영옥이 생각나고 ...

조성습과 전병준은 지금도 깔금하지만 그당시에도 매우 깔끔하고 공부도 잘하고 요즘말로 대단한 범생이었지요. 내가 구구단 3단까지 외웠을 때 그들은 9단까지 후딱 다 외웠으니까요.

하늘나라에 간 정해석은 ‘벤허’라는 영화를 가장 먼저 보고 그 영화 본 이야기를 앞에 나와서 어쩌면 그렇게 아이들 수준에 맞게 리얼하게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하는지 지금 생각해도 놀랍습니다.

우리 반은 전교에서 알아주는 가장 모범반이었지요. 그 모범반 명예를 나 때문에 엉망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됩니다.

심재준담임선생님은 아침 교직원회의 다녀오면 만면에 싱글벙글 웃음지으며

“오늘도 우리반은 전교에서 최고 모범반이다. 다른 반은 여러명 걸렸는데 우리 반은 단 1명도 안걸렸다. 참 기분 좋다. 이게 다 3학년 1반 너희들 덕분이다.”

이러한 칭찬을 날마다 우리 반 학생들에게 자랑과 칭찬을 해주었지요.

그당시 최희진 교장선생님은 제기차기를 하는 장소로 서쪽운동장과 남쪽 운동장을 정해주었고 그 장소가 아닌 곳에서 제기차면 데리고 다니는 주번생 6학년 형에게 이름을 적게 하였지요. 아주 강력한 최 교장선생님의 생활방침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번생에게 적힌 이름은 날마다 교무실 칠판에 적혀지게 되는 것입니다. 아마 교무실 분위기가 이름이 많이 적힌 반 담임의 표정은 어둡고, 안 적히거나 적게 적힌 반의 담임선생님은 밝은 표정을 지었을 것입니다. 다른 반은 교무실 칠판에 학생 이름이 써져 있는데 우리반은 정말 모범반이어서 그런지 이름이 없어서 담임선생님은 날마다 거의 열흘 정도는 만면에 웃음을 띠며 좋아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지금 학교식당 근처에서 제기를 신나게 차고 있었지요.

“하나, 둘, 셋, 넷........열다섯, 열여섯.”

그런데 갑자기 주번생 6학년 형이 후닥닥 달려와서

“너 몇 학년 몇 반? 이름은?” 하고 내 이름을 적는 것이었어요. 좀 멀리 수돗가 근처에 최희진 교장선생님이 쳐다보는 것이 보였습니다.

공부시간이 시작되자 어느 학생이

“선생님, 박세흥이 제기찼다가 주번생 형아한테 이름적혔어요. 박세흥 때문에 우리반 모범반 끝났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심각하게 어둔 표정을 지으며

“뭐, 박세흥 당장나와!”

“제기 내놔, 그리고 제기 입에 물어, 손 번쩍 들고 있어!”

공부 시작한지 20분이 지나도 아니 한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선생님은 분이 안풀렸는지 도무지 용서해주지 않았지요. 다음 공부시간이 시작되자, 드디어 어느 여학생(한진숙?)의 천사같은 목소리

“선생님! 박세흥 팔이 넘 아프겠어요. 이제 그만 용서해주세요,”

그러자 심재준선생님은 나를 한 번 쓱 쏘아보시더니

“들어가!”

하시는 것입니다.

세월은 흘러 내가 교대를 졸업하고 발령이 안나 남의 집 방에서 가르치는 가정교사를 하게되었는데 가르치는 대상 3명 중 심재준 선생님 둘째 딸 4학년 아영이도 있었지요.

아영이 그룹하고 공부하고 조금 쉬는 시간에 4명은 공기놀이도 같이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날 나는 그냥 웃자고 옛날 이야기로 아영이한테 3학년 역사이야기를 말해주었지요. 그 다음날 심재준 선생님은 귤 한 보따리 사가지고 와서 함께 귤을 까먹으며 (그당시 귤이 비쌌음)

“아이고! 선생님 난 전혀 기억이 안나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요.?”

말씀하시자 난

“에이 선생님 다 지난 옛날 이야기인데...”

재치있고 명랑한 아영이는

“엄마! 제기를 이렇게 물고 이렇게 손들고 있었대.”

하고 흉내를 내자, 5명은 함께 크게 웃었지요.

참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 친구 여러분! 추석 명절 행복하게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