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짐
아버지의 짐
허리 구부정한 아버지
소꼴 띁어 지개에 가득 지고 싸리문에 들어설적에
지개에 얹어 왔던 어둠도 내려 놓는다
어머니는 그때서야 갸르릉 솥뚜껑을 열고
고슬고슬한 밥을 뒤집어 섞는다
어둠속에 풀어진 긴장과 불안을 밥 김에 날리며
초롱불처럼 엄니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주름속 어둠을 다 털지못하고
방벽에 기대어 앉아 아버지는 천정을 보셨다
천정벽지의 꽃무늬처럼 빼곡한 일상속에서
허어! 한숨을 토하며 고단한 하루를 되세김질 하셨다
푸르죽죽한 아버지의 손이
나뭇가지처럼 거칠다는걸 그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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