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앞
그 집앞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 저녁밤.
가슴이 텅빈것 같아 우산을 받쳐들고 무작정 집을 나선다.
시골읍 저녁은 한가하다 못해 마냥 조용하기만 하고.
간혹 보이는 사람과 길거리 상점에서 비쳐나오는 불빛만이 빗줄기를 무심히 지켜본다.
나도 모르게 다다른 곳은 10분거리도 채 안되는 그녀의 집 근처,
10년 넘은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그녀의 모습은 상상속에서도 미완성인채로, 어릴적 그녀의 모습만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 밤에 행여 누가 눈치챌까봐 우산을 약간 숙이지만 걸음은 빨라지고.
벌어진 가게 문틈사이로 혹시
그녀의 모습을 얼핏이라도 비쳐줄까봐 옆눈질로 살피지만,
흐미한 백열전등 불빛만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
또 한번 되집어 가보지만 누군가에게 틀킬까봐
옆눈질도 제대로 못하고 무심한척 걷고 있는 나에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가 가을비를 타고와서 나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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