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서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하다가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일이 있어 글을 써본다. 

한참전에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않지만 , 꽤 젊었을때, 50세 전후 인것 같다. 50세 전후가 꽤 젊었을때라고 표현하는 나두 참! 그렇다. 누구 말마따나 "십년만 젊었서두" 이리라! 각설하고 본론에 들어가면 나는 직업상 건설현장에 공정회의라는 것을 자주 다녔다. 극히 가기 싫은 회의지만 먹고 살려니 어쩔 수 없이 다니다 보면 힘든때도 있지만 가끔은 웃을때?도 있었던것 같다. 어느날 현장에서 회의를 시작하려는데 공무가 작업스케쥴을 현장소장한테 가져다 준다.아마 공무는 몇십개 공정을 한장의 A3에 작업하느라 한나절은 꼬박 걸렸으리라. 하긴 흔히 하는 말로 침 발라서 하면 30분도 안걸릴테지만 그랬다간 깐깐한 소장 만나면 면박받기  십상이다. 소장이 호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내 들여다 보더니 공무를 호출한다. 조금은 성질을 내면서 왈 "야 ! 이거 이렇게 글씨가 작아서 어떻게 보냐? 현미경으로 봐야 겠다.A3를 붙여서 길게 해오지 이걸 보라구 갖다주냐? 하여튼 뭐 하나 만들어 오라면 제대로 만들어 오는것이 없네!" 공무는 아뭇소리 못하고 나간다. 그래서 이미 배포된 공정표를 보니 글씨도 뚜렷이 잘보이고 일목요연하게 잘 만들었다. 속으론 "글씨가 뭐가 작다고 그러지?" 아하 ! 소장 성격상 시원시원하게 큰글씨를 좋아하나 보다.답답한것은 싫어하는 성격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 소장이 왜? 성질을 냈는지 지금은 이해가 가고도 남고 그 때가 생각난다. 지금의 나도 조그만 글씨는  잘 안보여서 이맛살을 찌푸리고 몇번 눈을 반쯤 감고 글씨를 째려보는 것이 다반사 이기 때문이다. 어떤때는 답답함을 느낄때도 종종 있다.약 설명서나 물건을 샀을때 설명서 보면 더욱 그렇다.탄생부터 죽을때까지 육체가 겪는 과정은 거의 공통된것이 많은것 같고, 또한 사고방식도 시대의 흐름은 있지만 큰틀에서는 유사한 과정을 거치는것 같다. 한마디로 "네가 내나이 되어 봐라"의 연속성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제는 작은 글씨 탓하는 그 소장이 이해되는 나이에 접어 들은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서글퍼지는 이 밤이다. 

박세흥

2017-12-13 01:21

이택구

2017-12-14 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