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타인의 運
내가 본 타인의 運
1995년쯤 되는것 같은데 대강 그렇다치고 사진촬영에 한참 푹빠져있던 나는 같은 회사의 동호회
회장과 연휴를 맞이 하여 사진촬영을 가기로 했다. 한마디로 계획에 없는 번팅촬영이었다.
그때는 회사의 공장이 구로공단에 위치해 있었는데 공단본부산하 사진동호회에 각 회사별로 사진
동호회가 조직되어 있었다.
물론 아마츄어 사진동호회 이지만, 1년에 한번씩 전시회도 가졌고,근로자 복지차원에서 지원되는
문화공보부 지원금으로 전체가 일년에 몇번씩 사진출사를 다니기도 했던때이다.
둘의 목적지는 전북 부안에 위치한 채석강이다.
얼마전에 우리초등학교 동창들이 산행했던 부안 내소사도 그 근처에 위치해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
채석강은 사진촬영하면 많이 찾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고 전에도 몇번 가본곳 이어서 큰기대감은
없었으나, 동행하는 회장이 그곳을 주장해서 혹시나 하고 갔는데,때마침 가는도중 해안가의 일몰이
괜찮아서 몇컷 찍고, 숙소를 정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채석강에 가보니 지척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덮여있었다. 해가 완전히 뜨면 괜찮아질까
했는데 오전이 다가는데도 안개가 걷힐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통 한번 출사에 필름24컷이나 36컷짜리 2~3통은 기본인데 한통도 다 못찍었던것 같다.
그때는 후지필름이 구로공단에 위치해 있어서 사진촬영교육도 해주고 필름도 시중의 2/3가격으로
공급해주어서 상당히 도움이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일기가 너무 안좋아 사진촬영은 포기하고 부안인근을 드라이브하고 일치감치 귀경길에 올랐다.
둘이서 두런두런대면서 경부고속도로 오산?을 조금 지났을까?
내차는 평균 90~100km로 2차선을 달리고 있었고,수도권에 가까워 질수록 그때나 지금이나 차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얼핏 전방에 차한대가(한서너대 앞?) 깜박이를 켜고 1차선으로 끼어든다.
무심히 보였는데 그 차가 갑자기 시계방향으로 뱅글뱅글 돌면서 튀켜져 나오는것이 아닌가?
각차선의 차간거리가 얼마쯤 되었는지는 순간적이라 볼수도 없었지만 그차가 뱅글뱅글 돌면서 2차선
통과, 3차선통과, 4차선통과 신기하게 차와 차사이를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세개의 차선을 뱅글뱅글 돌면서 빠져나갈때 후속차와 충돌이 전혀 없었고 그것도 부족해서 노견선에
거의 직각으로 멈춰서 있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차들이 급브레이크를 밟고 있었고 속력을 늦춰서 그 차량앞을 지나가는데,차량은
아무런 손상이 없었으며, 얼핏본 차안은 운전자 한사람뿐 이었는데, 운전대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있었다.
그 회장과 나는 이구동성으로 "참!인명은 재천이다" 라는 말이 동시에 튀어 나왔다.
회장 왈 "저사람 몇시간 동안 운전 못할걸" 하길래, 차가 뱅글뱅글 돈것이 궁금하다 했더니
"아마,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아주 꽉 밟아서 그럴거란다"
나도 그말에 동감하고 있었고 둘이서 연신"인명은 재천이다" 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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