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간에 진정한 우정이 성립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의문을 지니고 주변 사람들과 토론한 적이 있지요. 난 ‘성립한다’ 입장이지만 이점에 대하여 ‘성립할 수 없다’는 편에 서는 사람도 적지 않았어요. 역지사지 입장에서 ‘당신의 남편이... 당신의 부인이’ 하면서 따지면 솔직히 나 역시도 그리 마음이 편치 않음을 느낍니다.  학자들이 사랑과 우정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책의 일부내용을 친구들에게 소개합니다.)

1. 우정

1) 우정의 일반적 개념

우정은 사랑보다 덜 자연스럽고, 덜 본능적이고, 덜 필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우정이 신경과 관계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정으로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거나 얼굴이 빨개지거나 창백해지지는 않는다. 에로스 없이는 인간은 태어나지 못했겠지만, 우정 없이도 우리는 존재한다.

우정은 다분히 개인적인 관계이며, 최고 수준의 개인들 사이의 관계이다. 순수한 우정은 동성에게서만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성간에도 존재하기도 하고, 같은 사람에게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갖기도 한다. 그러나 우정과 사랑은 전혀 다르다. 애인들은 대개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에게 빠져들어 가지만, 친구들은 서로 옆자리에 앉아서 자신들의 공동 관심사를 이야기한다. 무엇보다도 두드러진 것은, 사랑은 반드시 두 사람만의 일이나, 우정에 관계된 숫자는 비단 둘만이 아니며, 질투가 없다는 점이다. 새로 친구가 되는 삶은 참된 친구가 될 만한 자격이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친구는 언제 만나도 부담 없고 편안한 상대이다. 어려울 때나 힘들 때뿐만 아니라 즐거운 일, 기쁜 일을 함께 나눌 수 있고, 옆에 있어 주는 든든함이 있어서 좋다.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설사 오해가 생긴다 하더라도 쉽게 풀 수 있다는 덤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오래된 친구일수록 이런 저런 설명 없이도 서로 잘 이해한다. 이렇듯 친구관계는 우리 생활에 활력소가 되는 중요한 대인관계 중의 하나인 것이다.

2) 친구관계의 특성

서로 가깝게 여기고 친한 사람들을 친구관계라고 할 때, 서로간에 취미가 맞고 좋아하는 일이 비슷하다 보니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고, 서로 좋아하는 감정의 정도가 비슷하면 좋아하는 일이 비슷하지 않아도 친구 관계가 성립되기도 한다.

① 우정의 핵심은 아마도 상대방에 대해 편안하게 느끼고, 자연스럽다는 데에 있다.

② 또한 형식적인 사회적 지지체계가 없고 자발적이지만, 서로 믿고 지지해 주리라는 기대가 쉽게 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③ 친구관계는 친구에게 보상받고 보상해주려는 특징이 있는데, 이때 각자는 자기의 가치와 안녕을 촉진시키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된다.

④ 친구관계는 개인 대 개인의 반응 정도를 반영하는 상호 개인적인 관심의 깊이로 척도화 할 수 있다.

⑤ 이성 친구관계는 유지되기가 어려운데, 우정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편견이나 압력에 부딪히기 때문이며, 이성간의 우정을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전통적인 ‘남성 대 여성’의 관계 양상을 극복하여야 한다. 즉 이성간의 우정은 애정이나 신체적 친밀함보다는 존중해 주는 관계를 서로 나눈다는 차이가 있다.

⑥ 우정관계에서 성차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성인기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레이스 외 연구(1985)는 여성은 우정관계에서 친밀성을 중시여기나, 남성들은 친구관계에서 활동의 공유에 더 중점을 둔다. 또 사회적인 지지도 남성보다는 여성들의 우정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퍼딘(1988)의 연구에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우정의 특징은 양성 모두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성의 경우 이성간의 우정에 비하여 동성간의 우정을 우정의 질이나 친밀감, 돌봄 등에서 전반적으로 높게 평가하였다. 반면 남성들은 이성간의 우정을 더 높이 평가하였는데, 친밀감에는 차이가 없다고 하였다. 유사하게 엘킨스(1993)는 비록, 여성-여성의 관계가 여성-남성간의 관계보다 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남성-남성의 우정 관계보다는 만족스럽다고 하였다.

⑦ 우정에 대한 개념은 아동기에 점진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3-4세 아동에게 있어서의 우정은 공유하는 활동, 집이나 유치원에서 가까운 정도가 중요하다. 연령, 신체적인 특징, 선호하는 활동 역시 초기 친구관계에서는 중요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부분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태도나 흥미의 유사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점차 상대방에게 지지를 잘 해주고, 자기 개방적이며, 서로 신뢰하는지 등이 친구관계를 두텁게 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3) 친구 관계의 발전

주변에 친구 관계를 잘 맺는 사람을 보면, 남에게 접근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타인의 접근에 대해서도 편견이 없이 서서히 친해지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또 갈등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유연하게 잘 대처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갈등문제를 담아두지 않는 편이다. 물론 이러한 특징들은 개인의 성격과 관련된 사항이다. 그러나 친구 관계에서 중요한 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잇는지를 살펴보고, 실제 친구관계에서 활용한다면 상당한 개선을 보일 수 있다.

자기 개방

친구이면서 서로 아는 바가 없다면, 겉으로만 잘 지낼 뿐이지 속으로는 친하다는 느낌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상대에 대한 관심이 있고 우호적이면 우호적일수록, 서로 자신에 대해 알리고 싶고, 상대에 대해서 알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자기를 개방함으로써, 좀더 친한 친구로 발전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정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자기 개방은 관계 증진을 위해 좋은 매개가 된다. 그러나 섣부른 자기 개방은 상대를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수순을 밟는 것이 중요하다.

친구 관계에서의 의사소통

친구 관계라면 서로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상당히 중요하다. 대화가 잘 통하기 위해서는 흥미나 가치가 비슷해야겠지만, 말하는 방식도 대화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서는 친구와의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간단히 언급하겠다.

① 경청하라. 나의 의견과 생각을 끝까지 잘 듣자.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그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이며 동시에 상대방에게 이해 받는 느낌을 갖게 할 뿐 아니라, 신뢰감을 갖게 해 준다. 또한 친구가 하는 말의 핵심을 잘 파악하면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유지될 수 있다.

②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라. 내 생각을 말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내 심정을 헤아려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상대의 반응이 좀 걱정된다면, 내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면서 상대의 반응이 우려된다는 말도 솔직히 전하는 것이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

③ 공감하라.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면 공감이 보다 잘 이루어진다. 이 때 공감은 끄덕임 같은 비언어적인 수단도 사용될 수 있으나, 상대방의 느낌을 언어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좋다. 공감하고 있다는 분명한 표시가 되기 때문에 친구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

④ 필요한 순간에 자발적으로 도와라. 정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알아서 옆에 있어주는 사람은 두고두고 친구로 소중히 여겨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구에 대해 평소에 세밀히 살피고, 자주 힘든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⑤ 친구의 사생활을 보호한다. 친구의 가족사, 애인관계, 직장 관계 등에 대해 이해하면서, 친구에게 방해가 되지 않아서 서로 오래 우정을 간직할 수 있다.

⑥ 신뢰를 지키고, 서로 비밀을 지켜준다. 친구가 나를 믿고 한 고민을 다른 데 가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행위는 친구에 대한 신뢰를 깨치는 행위이고, 신뢰를 잃은 친구 관계는 극복하기 어렵다.

⑦ 친구 편에 서고,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항상 지지해주어야 한다. 물론 선의의 충고를 할 수는 있지만, 친구 편이라는 기본적인 입장이 근간에 깔려야 하며, 선의라 해도 비난과 추궁의 말은 삼가는 것이 좋다. 그것보다는 지지가 친구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되며, 우정도 오래 갈 수 있다.

2. 사랑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거의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감정만큼 들뜨고, 순전히 기쁘고, 세상을 다 차지한 것 같은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순간이 또 있을까? 그러나 사랑은 기쁨과 환희, 행복만이 아니라 슬픔, 고통, 불행을 좌우하는 오묘한 정서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강렬한 경험을 수반한다. 그러므로 사랑에 빠진 한 사람과 또 다른 한 사람을 융합시키고 강렬한 열정으로 서로를 원하게 하는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즉 애정의 유지 여하에 따라 상반된 감정 상태가 될 수 있고, 우리의 행동이나 동기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이 절에서는 사랑의 의미, 이론, 특성, 실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 사랑의 의미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랑은 무엇인가? 무엇을 사랑이라고 할까? 국어사전에 의하면 사랑은 ‘아끼고 위하는 따뜻한 인정을 베푸는 일 또는 그 마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지칭하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사랑의 개념을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랑은 다양한 형태가 있고 그 속성과 관련된 심리상태도 매우 다양하다. Lee(1977)는 사랑의 스타일을 <표1>에서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바 있다.

유 형	특성
에로스 (Eros)	주로 상대의 외모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생기는 사랑이다. 에로스적 사랑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외모를 가진 사람을 찾는다.
루더스 (Ludus)	유희적 사랑으로서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한 사람과의 관계에 자신을 매어놓지 않고 책임지려 하지도 않는다. 대신 여러 사람과 유희적인 사랑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스토케 (Storge)	어떤 사람과 가까이 지내며 서서히 발전하는 애정의 결과로 생긴 사랑이다.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강렬한 정열 없이 서서히 조심스럽게 지속적인 책임 있는 관계로 나아간다.
마니아 (Mania)	강렬한 낭만적 사랑으로서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질투가 많고 상대에 대해 집중적인 몰두를 하게 된다. 또한 상대로부터 강렬한 사랑을 기대하고 반복적인 확인을 요구한다.
아가페 (Agape)	이타적 사랑으로서 받는 것을 기대함이 없이 주는 사랑이다. 온유한 보살핌과 무조건적인 헌신이 주요한 요소이다.
프라그마 (Pragma)	합리적 사랑으로서 이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교육, 종교, 직업 등 여러 가지 현실적 조건을 고려하여 적당한 사람을 찾고 선택한다.

<표 1> 사랑의 여러 가지 유형

사랑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체험이다. 그러나 참으로 이상한 것은 이렇게 우리 살의 중요한 요소인 사랑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이 인간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간의 역사 수천 년 동안 수없이 체험되어 왔고 수없이 묘사되어 왔지만, 사랑을 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너무도 미미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사랑을 신비화하려는 인간의 미신적 또는 낭만적인 성향에 있다. 사랑 앞에서 인간의 이성은 무력해지는 경향이 있다. 파우스트같은 대학자도 사랑 앞에선 자신의 영혼을 사탄에게 넘겨줄만큼 비이성적인 존재로 변해버린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거부적인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1960년대에 미국 의회가 사랑에 대한 심리학작들의 연구를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제기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사랑이 과학적으로 해부되어 버리면 삶이 너무 무미건조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우리는 사랑에 대해서 가르치지도 않고 또 배우려하지도 않는다. 사랑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사랑에 무지한 상태에서 이성관계에 노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랑에 대한 무지는 사랑에 대한 환상과 신비감을 증가시킬지는 모르나 사람들을 미숙하고 파괴적인 사랑으로 이끌어 불행과 고통 속에 빠지게 한다. 따라서 진정으로 아름답고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2) 사랑의 삼각형 이론

사랑은 매우 다양하고 미묘한 체험이라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랑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와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하는 이론이 스턴버그의 삼각형 이론이다.

사랑의 세 가지 구성 요소

① 친밀감(intimacy) : 가깝고 편하게 느껴지는 것, 서로를 잘 이해해주는 것, 함께 공유하는 것, 의사소통이 원활한 것, 뜻을 잘 따르는 것 등 따뜻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정서적 상태로 설명되며, 만나는 횟수에 따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욱 친밀해지고 보다 가까워지면 친밀감을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② 열정(passion) : 열정은 흥분시켜 들뜨게 하고 늘 함께 있고 싶어 하고, 일체가 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열정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감소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뀌게 된다.

③ 헌신(commitment) :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지키겠다는 결정으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을 묶어두는 약혼이나 결혼 행위 등을 포함한다. 사랑의 인지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의 유형

이 삼각형 이론으로 사랑을 유형을 구분해 볼 수 있다. 즉 세 요소의 존재 여부로 8 가지의 조합이 생길 수 있다.

사랑의 유형	구성 요소
	친밀감	열정	헌신
비사랑	X	X	X
우정	O	X	X
짝사랑	X	O	X
공허한 사랑	X	X	O
낭만적 사랑	O	O	X
허구적 사랑	X	O	O
동료적 사랑	O	X	O
완전한 사랑	O	O	O

<표2> 사랑의 유형에 대한 분류표

이상에서 살펴본 사랑의 8가지 유형은 사랑의 삼각형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의 유무에 근거한 구분이다. 사랑의 구성요소가 불연속적으로 존재하기다는 연속상의 크기로 나타나므로 실제의 애정관계는 위에서 살펴 본 사랑의 유형들이 혼합된 형태거나 사랑의 특정한 유형들 중간에 위치하기도 할 것이다.

사랑의 형태는 시간이 흐르고 관계가 지속됨에 따라 한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완전한 사랑으로 결혼한 부부의 경우,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열정은 식고 친밀감과 헌신만 남아 동료적 사랑으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완전한 사랑으로 결혼했으나, 부부간의 갈등으로 열정과 친밀감을 상실한 채 자식들을 위해 살아가는 부부는 공허한 사랑으로 변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완전한 사랑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스턴버그는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랑의 표현 없이는 아무리 크고 완전한 사랑도 시들고 말라서 죽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의 표현 방법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말을 유념해보고,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3)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 특성

사랑은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안겨주기도 하며, 특히 낭만적인 사랑에 빠진 사람은 무한한 행복감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많은 갈등과 고뇌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한다.

일반적인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 특성

사랑은 우리의 행동을 바꾸어 놓는데 그러한 행동 특성을 포페(1980)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① 사랑하는 사람과 늘 함께 있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②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강렬하게 집착하고 몰두한다.

③ 함께 있든 아니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한다.

④ 사랑하는 사람을 보거나 생각하면, 강렬한 애정과 더불어 신체적 흥분을 느낀다.

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독점적인 관심과 애정을 받고자 한다.

⑦ 사랑하는 사람의 관심이 다른 사람에게 쏠리면 강렬한 질투를 느낀다.

⑧ 사랑하는 사람 없이는 자신의 존재가 불완전해지는 느낌을 갖는다.

⑨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거부할 것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생긴다.

⑩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면 깊은 슬픔과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이상과 같이 낭만적 사랑에 빠진 사람은 과민해지고, 감정의 동요가 심해지는 특징이 잇다. 거부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 확대되고, 의심이 많아지고, 질투가 생기게 된다. 사랑을 하면서 외로움과 불완전감을 느끼게도 된다. 그러나 낭만적 사랑을 한다고 다 이러한 심리적 함정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문제로 고통을 받는, 강박적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의 방식이 지나치게 비이성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낭만적 사랑의 함정과 그 이유

심리학자들은 낭만적 사랑이 고통을 주는 이유는 사랑에 대한 환상과 편견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인지 치료자인 Ellis는 사랑에 대한 비합리적 사고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그는 사랑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이 친밀한 이성관계를 해치고, 오히려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미숙한 사랑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엘리스가 주장한 낭만적 사랑에 대한 주요한 비합리적 신념은 다음과 같다.

① 사랑은 뜨겁고 열정적이어야 한다. 낭만적 사랑은 다른 종류의 사랑보다 우월하다. 강렬한 낭만적 사랑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나의 삶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② 내가 열정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평생에 한 번밖에 할 수 없다.

③ 강렬한 낭만적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낭만적 사랑은 행복한 결혼을 보장한다. 결혼을 하면 낭만적 사랑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④ 누군가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사랑 받고 있다고 항상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항상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낄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다시는 사랑에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사랑에 실패하면, 나는 극심한 고통을 겪을 것이고, 오랜 기간 동안 이런 고통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⑥ 낭만적 사랑을 느끼지 않고 결혼하거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낭만적 사랑과 성행위는 항상 함께 따라 다니는 것이다.

⑦ 첫눈에 반한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⑧ 영원히 지속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⑨ 진정한 사랑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념은 대부분 사실과 다르며, 또한 비현실적이다. 즉 현실적인 삶 속에서 충족되기 어려운 과도한 기대이자 무리한 요구이다. 이러한 과도한 기대를 지닌 사람은 사랑의 관계에서 자기 자신과 상대방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좌절과 고통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랑은 … 해야 한다’는 당위적 기대보다는 사랑에 대한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사랑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간의 다양성, 인간 삶의 다양성, 사랑의 다양성을 깊이 인식하고, 나름대로 만족스런 사랑을 창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