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운동을 하러 산에 올랐다. 문밖에 나서면

아직은 주위가 깜깜해 마치 동혈에라도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긴 살아온 나날들이 생각여하에

따라서는 깜깜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어쩜 아직도 늪과 굴속을 지나고 있는지도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가 환해져 오니 날이 밝아오는걸 안다.

초입에 발을 드려 놓으며 시선은 숲을 향하고 있다.

매일 올라오는 동산이지만 올해는 숲이 멍이 들었다.

지난 태풍에 군데군데 굵은 나무들이 넘어져 있으며

또한 주위가 산만하게 어지럽다.

 바람에 날려 빗질하기 전에 사람머리카락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나뭇잎이 떨어진다.

그런 나뭇잎은 낙엽냄새 또한 없다. 아직은 그래도

가을이 덜 익어서 그렇거니 생각은 하지만 말이다.

낙엽에 향기와 냄새를 느끼려면 술이 익듯 계절도

익어서 만추가 돼야만 한다. 능선에 올라서면 나무들

사이로 걸음걸음 띄어 놓을 때 마다 아파트에 불빛

들이 춤을 춘다. 그런 불빛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만

간다. 

 그만큼 잎들이 단풍이 들지도 못하면서 빨리 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뭇가지가 드러나면서 보이는 것이

또한 넓어지는 것 그런 저런 것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어느새 동산의 정상에 와있다. 오늘도 기다리는 님 은

보이질 않는다. 벌써 몇 일째 나타나질 않는다.

그님이 오는 쪽을 바라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그렇다고

실망하진 않는다. 결국은 집에 다와 가면 모락산, 위에서

웃고 있는 님 을 보게 된다. 동산의 정상에서 정동진 쪽을

바라보노라면 해돋이를 볼 수 있다. 그쪽이 정동진 이라는 건

서울에서 정동쪽에 있어 정동진이라고 불리 운다는 걸 모래

시계를 통해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님이 나타나지 않는 날은 하늘을 본다. 그런 하늘은 말이
없고 푸르기만 하다. 말이 없는 건 그님도 마찬가지 거니
하겠지만 분명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가 아니라 나는
보이는 만큼 알게 된 다 다. 내일은 그님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_^~